나의 직장 생활은 ‘욕 먹지 않기 위한 몸부림’의 역사였다. (여기서의 욕은 단순히 육두문자가 아니라 온갖 짜증과 눈치 주기, 폭언 등을 모두 포함한다.) 나는 타인의 감정 변화에 민감하다. 그래서 누군가 화를 내기 전부터 나의 레이더망이 그 기류 변화를 감지해 바짝 얼어붙는다. 

거기서 끝이면 좋겠지만 긴장은 실수를 낳고, 그래서 한 번 욕을 먹으면 두 번 욕먹을 일이 생겼다. 이게 반복되면 아주 그냥 일하기가 싫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욕을 먹는 광경을 목격해도 마찬가지였다. 공기가 얼어붙어 숨조차 쉬기 힘든 그 분위기, 아! 정말 견디기 힘들다. 

직장 생활 내내 단 한 번도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실수를 만회하는 방법 밖엔 없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심지어는 내 실수가 아니어도 욕 먹는 상황은 빈번하게 발생하니까. 

그럼 어떡하냐고? 나는 아래 세 가지 방법을 돌려가며 멘탈을 복구한다

1. 회사는 원래 욕먹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욕 먹는 걸 직장 생활의 베이스로 깔고 흘려듣는다. 욕을 먹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잘 안 되면 돌아서서 <겨울왕국> OST라도 불러보자. “렛잇고~ 렛잇고~” 하는 사이 정말  잊혀질지도 모른다. 

2. 욕먹지 않고 사는 직장인은 없다고 생각한다 
직장을 탈탈 털어봐라. 욕 한 번 안 먹어보고 직장 생활 한 사람이 있나. 오늘 출근한 신입사원이라면 모를까. 아니, 그 신입사원도 아마 오자마자 욕부터 먹었을 거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은 나를 군중 속에 집어넣어 욕의 데미지를 희석시킨다. 뭐? 주변에 욕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그럼 지금 그 자의 이름을 나에게 알려달라. 내가 그 사람 욕을 할 테니. 자, 이제 그 사람도 욕 먹는 사람이 되었다. 

3. 욕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을 믿어 본다 
업무 스트레스로 우리의 수명이 줄지만, 욕을 먹으며 수명이 늘기도 할 테니까… 
괜찮아. 다행이야. 뭐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나 좀 불쌍하다고? 

퇴사하면 핑크빛 미래가 펼쳐질 거라는 건 정말 착각이다. 오히려 더 큰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다. 당장이든 먼 훗날이든 준비 없는 퇴사는 답이 아니다. 나 역시 홧김에 “그냥 퇴사할게요!!!”라는 말이 목구멍 까지 올라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런 저런 레퍼런스들을 고려해 간신히 꿀꺽 삼킨다.

하지만 조금더 나은 퇴사 이후의 삶을 위해 회사를 다니면서 훗날을 도모해야겠다. 

그것이 이직이든, 내 사업을 꾸리는 것이든 퇴사를 하며 내가 손해 볼 일은 만들지 않는 것이 회사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한다.

당장 어떤 준비를 해서 퇴사해야지! 하는 계획은 아직 없지만 한 가지 꿈은 있다. 내가 마침내 퇴사하는 날, 힘들고 지쳐서 도망가듯이 떠나는 게 아니라 “쟤 좋은 일로 퇴사한대”라는 말을 듣는 것 정도랄까.     그때는 정말 시원하게 소리 질러야지. 
“시부러어어어얼, 나 드디어 퇴사 한다!!!”